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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서로를 탓하게 될까

규리네 2026. 1. 20. 09:00

<우리는 왜 서로를 탓하게 될까>

 

1. 두 이야기

 

① 어느 학교에서

 

오래 전 인터넷에서 이런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남녀공학 합반이었는데,

체육 시간 전, 옷을 갈아입는 문제로

남학생들과 여학생들이 매번 싸웠단다.

 

"너희가 화장실 가서 갈아입어."

"왜 우리가 피해야 되는데?"

"너네 훔쳐본 거 아니야?"

 

서로 불편했고, 서로 억울했고,

감정만 상한 채 문제는 계속 됐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여학생이 말했다.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다.

애초에 우리가 옷을 갈아입을 공간이 없는 게 문제다."

 

그때부터 서로를 탓하던 말들이 멈추고,

학교에 다같이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그 뒤 탈의실이 생겼고,

더 이상 같은 싸움은 반복되지 않았다.

 

② 어느 IT 업계

 

회사에서 비용 절감을 이유로

서버 관리팀을 전원 해고했다.

그동안 관련 사고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사고도 없는데 굳이 이 인원이 필요해?"

 

하지만 그날 이후부터

서버 장애, 시스템 오류, 데이터 손실이

연달아 터졌다.

 

결과적으로 그 사람들을 자르기 전보다

훨씬 더 많은 복구 비용이 들어가게 되었다.

 

글을 올린 사람은 말했다.

 

"그동안 아무 일도 없었던 건

그 사람들이 티 안 나게,

사고 나기 전에 다 처리해왔기 때문이었다."

 

 

2. 누구 잘못?

 

이 두 이야기는 전혀 다른 상황처럼 보이지만,

사실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문제가 생기면 우리는 누구를 탓할까?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바꾸려 할까?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사람을 탓한다.

"누가 잘못했는지"

"누가 실수했는지"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

 

사람을 지목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문제가 명확해진 것 같고,

해결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많은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구조에서 시작된다.

 

공간이 없었고,

시간이 없었고,

여유가 없었고,

대안이 없었고,

유지할 자원이 없었다.

 

그 조건 안에서

사람들은 그저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서로를 탓하는 건 쉽다.

말 한마디면 되고,

분노를 쏟아내면 되고,

책임을 전가하면 된다.

 

하지만 구조를 바꾸는 건 어렵다.

 

예산이 필요하고,

공간이 필요하고,

시간이 필요하고,

인내가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사람을 바꾸는 쪽을 선택한다.

구조는 그대로 둔 채로.

 

그 결과,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


3. 진짜 해결은

 

탈의실이 생겼을 때,

아이들은 더 이상 싸울 필요가 없었다.

 

서버팀이 유지되었다면,

불필요한 사고도,

지출도 없었을 것이다.

 

진짜 해결은

사람을 바꾸는 게 아니라

환경을 바꾸는 것이다.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렇게 물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누가 잘못했지?" 말고,

"무엇이 부족했나?"

"어떤 상황이 사람들을 그렇게 만들었나?"

 

사람은 언제나 불완전하다.

완벽한 선택만 하며 살 수는 없다.

 

하지만 구조는 바꿀 수 있다.

서로를 상처 입히는 대신,

서로를 지탱해줄 수 있는 구조.

 

그게 진짜로

문제를 줄이는 방법 아닐까.

 

 

※ 본 글은 저자의 논문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From Blame to Belief: How Rationalization Turns Structural Negligence into Moral Comfort

https://doi.org/10.5281/zenodo.18276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