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yurine

stories & notes

IPCSALT/IPCSALT

죽은 사람의 SNS는 아직 살아 있는가

규리네 2026. 5. 29. 12:44

<죽은 사람의 SNS는 아직 살아 있는가>

ㅡ 흔적이 남아 있으면 존재가 남은 것인가?

 
누군가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그 사람의 SNS 계정은 아직 살아 있다.
 
마지막으로 올린 사진.
달아둔 댓글들.
좋아요를 눌렀던 게시물들.
생일이 되면 플랫폼이 알림을 보낸다.
"오늘은 ○○님의 생일입니다."
 
그 계정은 존재하는가, 부재하는가?


1. 형태가 남으면 존재가 남은 것인가

 
우리는 보통 뭔가가 "있다"는 걸
눈에 보이는 것으로 판단한다.
 
계정이 있다. 사진이 있다. 게시물이 있다.
그러니까 — 아직 거기 있는 것 아닐까?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그 계정은 더이상 새로운 사진을 올리지 못한다.
누군가의 댓글에 답하지 않는다.
어제의 일을 기록하지 않는다.
새로운 관계를 맺지 않는다.
스스로 변화하지 않는다.
 
형태는 있다.
그런데 돌아올 수 없다.


2. 세 가지 구조

 
IPCSALT에서는 이 차이를 세 가지로 나눈다.
 
① Living Structure — 살아있는 구조
스스로 변화하고, 새로운 경험을 만들고, 관계를 맺고, 돌아올 수 있는 구조.
우리가 살아있다고 말할 때 떠올리는 것.
 
② Residual Structure — 잔여 구조
형태는 남아 있다. 흔적도 있다. 영향도 미친다.
그런데 스스로 돌아오거나 변화하는 건 불가능하다.
마치 고인이 되신 분의 SNS 계정과도 같다.
 
③ Collapsed Structure — 붕괴 구조
형태조차 사라진 상태.
계정이 삭제되거나, 플랫폼이 문을 닫거나, 기억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존재를 가리키던 경로 자체가 끊어진 상태.
 
중요한 건 이 세 가지가 단순히 "있다/없다"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형태가 있어도 Residual일 수 있고,
형태가 없어도 Living의 영향이 남아 있을 수 있다.


3. 디지털 유산 논쟁이 어려운 이유

 
몇 년 전부터 이런 질문들이 진지하게 논의되기 시작했다.
 
사망자의 SNS 계정은 누가 관리해야 하는가?
유족이 삭제할 권리가 있는가?
생전에 남긴 디지털 흔적은 재산인가?
 
이 논쟁이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우리가 아직 "존재"를 어떻게 정의할지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계정을 지우는 건 고인을 지우는 것인가?
아니면 이미 Residual이 된 것을 정리하는 것인가?
 
법적으로는 재산의 문제로 다루지만
— 감정적으로는 존재의 문제로 느껴진다.
그 간극이 논쟁을 어렵게 만든다.


4. AI로 고인을 재현한다면

 
최근엔 한 발 더 나아간 기술이 등장했다.
고인의 말투, 글쓰기 방식, 대화 패턴을 AI에게 학습시켜
마치 그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만드는 것.
 
이는 Living Structure가 돌아온 것인가?
아니면 Residual Structure의 정교한 복제인가?
 
그 AI는 새로운 경험을 한다. 대화에 반응한다.
심지어 "변화"처럼 보이는 것도 한다.
 
하지만 스스로 돌아올 수 없다는 건 달라지지 않는다.
고인이 직접 결정하고, 선택하고, 성장하는 구조가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고인의 연장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정교한 기록의 재조합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그에 앞서 중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보다,
우리가 존재를 무엇으로 정의하느냐일 것이다.


5. 존재는 형태가 아니라 가능성이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있는가 없는가"만 물어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테세우스의 배에서 물었던 것처럼 ㅡ
"같은가, 다른가"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
 
"이것은 아직 돌아올 수 있는가?"
 
SNS 계정은 남아 있다.
사진도, 게시물도, 댓글도 남아 있다.
 
하지만 그 계정은 내일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지 않는다.
누군가와 다투고 화해하지 않는다.
어제와 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Residual이다.
존재의 부재가 아니라 
ㅡ 돌아올 수 없는 존재의 형태.
 
그걸 지우는 것도, 지우지 않는 것도 
둘 다 틀리다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존재"라고 부를지,
아직 그 답을 찾는 중이니까.
 

 
※ 본 글은 저자의 논문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Recoverability as Existence: A Structural Condition for Being in the IPCSALT Framework
https://doi.org/10.5281/zenodo.202487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