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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인간은 무엇으로 남는가

규리네 2026. 5. 31. 11:34

<AI 시대, 인간은 무엇으로 남는가>

― 우리는 인간을 너무 기능적으로만 본 것은 아닐까

 

최근 AI 때문에 사람을 줄였다가

다시 채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본다.

 

얼핏 생각하면 이상하다.

AI는 갈수록 발전해가는데

왜 사람을 다시 뽑는 일이 발생하는 걸까?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어쩌면 우리는 AI를 과대평가했던 것이 아니라

반대로, 인간을 과소평가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1. 우리는 직업을 너무 기능적으로 본다

 

우리는 종종 직업을 하나의 기능으로 정의한다.

 

디자이너는 그림 그리는 사람.

작가는 글 쓰는 사람.

상담사는 말 들어주는 사람.

교사는 지식 전달하는 사람.

 

때문에 AI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상담 비슷한 대화를 하고,

설명까지 해주기 시작하자

 

"그럼 곧 대체되는 거 아냐?"

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과연 정말 그게 전부일까?


2.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것도 잘 모른다

 

떠도는 게시글 중에 흥미로운 글이 하나 있다.

실제 디자이너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자기가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르는 클라이언트의 욕구를 찾아주는 것"

이라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세련되게 해주세요."

"조금 더 고급스럽게."

"뭔가 느낌이 달라요."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

 

클라이언트는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은 알지만,

무엇을 원하는지는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디자이너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인 동시에

상대방의 취향과 욕구를 해석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3. AI는 답을 잘 만든다

 

AI는 정리를 참 잘한다.

아는 것도 많다.

초안도 잘 쓴다.

무언가를 구조화하는 능력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하지만 오래 대화하다 보면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된다.

 

AI는 답을 만드는 데는 강하지만,

정작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는

대부분 인간이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4. 인간의 역할은 '의미 만들기'

 

AI 시대가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된 듯 하다.

 

우리는 인간이 주로

결과물을 생산하는 존재라고 생각해 왔다.

 

문서를 작성하고,

디자인을 만들고,

상담을 하고,

수업을 하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 이전 단계가 있었다.

 

"무엇이 문제인지 발견하는 것."

 

상대방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

모순된 욕구를 정리하는 것.

방향을 정하는 것.

관계를 조율하는 것.

 

생각해보면 결과물은

그 과정의 마지막에 나오는

부산물에 가까웠는지도 모른다.


5. AI 시대에 더 중요해질 능력

 

AI가 발전할수록

오히려 중요해지는 능력도 있을 것이다.

 

좋은 질문을 만드는 능력.

멀리 떨어진 것들을 연결하는 능력.

생성된 답을 검토하는 능력.

 

그런데 이제, 질문을 만드는 부분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결국 남는 것은 무엇일까.

 

어쩌면 가장 마지막에 남는 것은 단순한 질문의 기술이 아니라

"우리는 지금 무엇을 원하는가"

함께 찾으려는 의지와

책임있는, 진심 어린 공감 능력일지도 모른다.

 

AI는 수천 개의 답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 답들 중 무엇이 의미 있는지 결정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 크다.


6. AI가 보여준 것은 인간의 가치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정작 AI가 등장하고 나서 깨달은 것은

인간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존재였다는 사실 아닐까 한다.

 

디자이너는 그림만 그리는 사람이 아니었고,

상담사는 말만 들어주는 사람이 아니었고,

교사는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었으며,

작가는 문장을 생산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각자는 의미를 만들고,

욕구를 발견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들이었다.

 

시시각각 발전하는 AI 시대.

그 속에서 새롭게 드러난 것은 AI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인간의 모습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