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사항 없음>
— 가장 중요한 보고서
화재 없음. 누수없음.
엘레베이터 정상. 전기 이상 無.
→ 특이사항 없음.
늘상 하는 체크리스트.
매일 매순간 반복하다보니 나중엔 그냥
아무 생각없이 체크만 하고 넘어가게 되는 것들.
누가봐도 대충 훑어보고 마는 것들.
하지만 그게 사실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였다는 걸
우리는 잃고 나서야 뒤늦게 깨닫고는 한다.
우리는 보통 '건강'하면
마라톤 완주, 교통사고 후 회복, 수술후 완치,
이런 것을 기준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 이전에
심장이 뛰고, 체온을 조절하고, 바이러스를 막고, 음식을 소화하는
그 모든 일련의 과정들, 매순간 계속되는 것들이 있었다는 걸
우리는 쉬이 간과하고는 한다.
그러다 감기 걸려서 코가 꽉 막히면
그때에야 숨쉬는 것이 얼마나 축복이었는지 깨닫고
허리 한 번 삐끗하고 나서야
걸을 수 있는 것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사람들은 보통
무너진 후의 복구만을 회복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어쩌면 가장 거대한 회복은
애초에 무너지지 않도록 매순간 유지하는 것에 있을 것이다.
매일 배관이 터지지 않고, 전기가 끊기지 않고,
지붕이 새지 않고, 엘레베이터가 고장 없이 움직이는 것.
특별한 사고 없이
그저 평범한 하루가 유지되는 것.
몸도.
가정도.
우리의 삶도.
진짜 기적은 무너진 것을
다시 세우는 데에만 있지 않다.
별일 없이 지나간 하루.
아무 사고 없이 움직인 몸.
평범하게 이어진 관계.
당연하게 여겨졌던 그 모든 것들.
그것들은 우연히 유지된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점검과,
끊임없는 유지보수 위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무언가를 새로 만드는 것보다
지금 있는 것을 지켜내는 일이 더 위대하다.
그러니 혹 나의 하루가 특별할 것 없는
지루한 '특이사항 없음'의 반복이라면,
지금 세상에서 가장 큰 기적 속에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시선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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